이번 주는 저의 생각을 담은 짧은 글로 잠시 쉬어갈 예정입니다. 모두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 바랍니다.
시작하기 앞서, 근황부터 공유해드리고자 합니다. 9월부터 도엽이라는 친구가 이끄는 Pinpoint Research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신용데이터에 관한 초고를 마무리했고 퇴고 중에 있는데 조만간 Pinpoint Research에서 공개하고자 합니다. 저 밖에도 훌륭한 친구들의 비상장 기업 분석글이 올라올 예정이니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은 큰 문제를 풀고자할 때 어떤 문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에 관한 현시점 저의 생각(가설)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큰 문제를 풀고자 할 때 어떤 문제부터 시작해야 할까?
역사의 사례를 볼 때, 큰 문제를 풀려면 뾰족하게 작은 문제부터 풀라고 많이 배웠다. 페이스북도 그렇고, 아마존도 그렇고, 창업 수업에서도 늘 배운다. 책에서도 배운다.
그리고 그 사례 공부해보니까 내가 봐도 작게, 뾰족하게 시작해서 제대로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큰 문제로 확장하는게 시작부터 큰 문제 푸는 것보다 효과적인 것 같다.
근데 내가 지금 큰 문제가 풀고 싶고, 이를 위해 작은 문제부터 시작하고 싶은데, 아마존의 책, 페이스북의 하버드 대학교 같은 효과적인 작은 문제를 어떻게 찾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지?
01.근본적으로, 이 질문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Feasibility 때문이다. 이성적인 사람은, 무언가를 선택할 때 자연스럽게 Impact * Feasibility 행렬로 의사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근데 내가 풀고 싶은 큰 문제를 해결할 때, 이걸 바로 풀려고하니 Feasibility가 너무 떨어져보이고, 그래서 Feasibility가 높은 작은 문제부터 해결하려고하니 Impact가 떨어져보이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Feasibility는 높은데 장기적으로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Impact가 큰) 그런 황금과도 같은 작은 문제를 어떻게 찾는지 질문하게 된다.
특히, 이 질문이 20대 초반인 우리에게 더더욱 심각한 이유는, 우리는 다른 플레이어 대비 전문성이나 해자가 없어서, Feasibility 측면에서 더더욱 떨어져보이기 때문이다.
(ex: 나는 이커머스 PE, M&A 모델을 검증할 때, 경쟁자인 구글, 맥킨지, 이커머스 3000억 매각, M&A 전문 회계사 이런 애들이랑 큰 문제로 붙었을 때 이길 논리적 근거가 안보여서 막막했던 경험이 있다.)
02.다시, 질문으로 돌아와보자. ‘큰 문제를 풀고자할 때 어떤 문제부터 시작해야하는지’ 이 질문은 결국, ‘**Impact는 높고(큰 문제 해결로의 연관성이 크고, 확장이 쉽고) * Feasibility도 높은 (20대인 내가 잘할 수 있는) 그런 황금과도 같은 문제를 어떻게 찾느냐’**로 재정의할 수 있다. 아마존도 했고, 페이스북도 했으며,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찾아낸 그 황금 문제를 말이다.
03.자만심, 자신감을 아예 버려보자. 우리의 이 질문, 너무 욕심 아닌가? 정말 뛰어난 플레이어들 중에는 우리처럼 주100시간씩 몰입해서 일하고, 정말 탁월하고 High Standard를 추구하며, 전문성이라는 해자까지 가진 사람들이 많다. (최상위 뱅커, 엔지니어들을 보아라) 근데 이 사람들보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으면서, 큰 문제 해결로의 확장이 쉬운, 다시 말해 Impact까지 높은 문제를 찾고 있다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여담이지만, 나는 이 질문을 정말 오랫동안 했다) => 말이 된다!
바로, Reset Moment일 때. 다시 말해, 인류가 굴리고 있는 미래라는 인프라를 내 것으로 만들면 된다. 무슨 말이냐?
04.이 세상은 점이 아니라 선이다. 하지만, 인간은 태생적으로 세상을 선으로 보지 못한다. 비유적인 표현인데, 인간은 DNA상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장기적 사고가 어려운 생명체라는 것이다. 때문에, 세상은 이 DNA에서 의식적으로 벗어난 사람들에게 축복을 준다. 바로, 미래라는 인프라를 무기로 삼을 수 있는 힘.
05.미래는 점이 아니라 선이다. 기술 혁신의 미래는 더더욱 그렇다. 기술 혁신이 이루어지려면, 인프라가 깔려야하고, 그 인프라가 깔린 걸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과 컨텐츠를 만들며 미래를 굴려가야한다. 이런 모든 것들은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발전하며 장기적으로 미래라는 선을 만들어간다. 그렇게 미래가 성공적으로 선을 다 완성하면, 새로운 발명품은 기본적으로 기존 대비 더 나은 발상이기 때문에 기존의 것들을 파괴하고 대체하기 시작한다. (석기시대는 돌이 떨어져서 망한게 아니다)
하지만, 미래가 굴려지고 있는 그 시점에서는, 엉망진창인 발명품, 즐길거리가 없는 발명품,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발명품, 리스크가 너무 많은 발명품으로 보인다. 왜냐? 선을 이어나가기 위한 점일 뿐이니까. 그 점들이 무수히 많이 모여서 장기적으로 불가능해보이는 혁신(미래라는 선)을 만드는 큰 힘을 가졌는데, 점만 볼 수 있는 사람에게는 그 미래와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니까.
06.여기서, arbitrage 기회가 발생한다. 내가, 의식적인 장기적 사고와 관심을 통해 이 미래가 선임을 인지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미래가 선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당장 그 시점의 점으로만 본다면, (정말 똑똑한 사람들조차도!) 그래서 당장 이 점에 배팅하는 행위가 Risk가 높아보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는다면, 거기에 배팅한 것만으로 arbitrage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07.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미래가 굴려지면서, 조금씩 조금씩 영향력 있는 결과들을 뱉어내고, 이 때마다 해당 미래로의 전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다. (WWW, Iphone, Chat GPT). 미래 발명품은 기본적으로 더 나은 발상이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는 신생 기업들에게 기존 기업들이 가진 해자를 무너뜨릴 수 있는 Reset Moment를 만들어준다.
근데 이 Reset Moment를 잘 올라탈 수 있는 사람은 누구냐? 바로 순수하게 미래라는 선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빠른 러닝커브와 실행력을 가진 사람이다. 90년대 WEB,PC통신 기술을 배우고 제품을 만드는 것, 2007~2010년대 모바일 기술을 배우고 제품을 만드는 것, 그리고 2023년 크립토 제품과 비전프로 제품 AI-Service-Layer 제품을 만드는 것에는 기존 전문성보다 빨리 배우고, 빨리 실행하는 사람이 더 유리하다. 그리고 이러한 기회에 일찍부터 배팅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점이 아니라 선으로 바라보는 장기적 관점이 필수적이다.
그렇게 현재 시점에서 Risk가 높아보이는데, 배우기도 어렵고, 전문성 있는 사람들의 해자가 다 없어진 영역에서 (근데 미래 Potential은 높은) 우리는 그토록 찾던 황금 문제를 찾을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08.나는 이걸, 변수와 상수라고 부른다. 일단 이 관점을 가지면, 황금 문제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Impact를 봄으로써, 전문성보다 빠른 러닝커브가 중요한 Feasibility 관점에서 나에게 유리한 게임으로 만들면서)
09.예를 들어보자. 제프 베조스는 월마트보다 더 싸고, 편리하게 물건을 파는, 월마트보다 더 많은, 거의 모든걸 파는 매장을 만들고 싶다는 큰 꿈을 품었다. 문제를 해결해보자.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작고 뾰족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큰 문제를 Value Chain에 맞게 쪼갠다. 도매, 소매, 물류, 서비스 각 영역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이 나온다. 거기서 Impact * Feasibility가 높은 걸 골라서 실험한다. 그 당시, 생선과 같은 신선 제품들의 유통에서 문제가 있다더라. 생선 유통 문제부터 해결해볼까? 산지에서 바로 생선만 파는 생선-월마트. 애매하다. 다른 문제들도 마찬가지다. 유통은 안해본, 대기업 해자도 없는, 해지펀드만 해본 내가 (제프 베조스)월마트를 이길만한 Impact가 높으면서도 Feasibility까지 높은게 안보인다…
10.제프 베조스는 위 방법에 변수와 상수를 넣었다. 더 싸고, 편리하게 모든 걸 다 파는 매장을 만들고 싶다는 큰 꿈을 미래라는 인프라를 활용해 해결하고자 했다. 인터넷이라는 기술이 이를 장기적으로 이뤄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베조스는 당시 헤지펀드 일을 하면서, 이 인터넷 기술의 가능성을 점이 아닌 선으로서 확인했다.(그의 인터뷰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선을 장기적으로 활용해 베조스의 꿈을 해결하고자 했다.
그래서 인터넷 기술로 더 싸고, 편리하게 모든 걸 다 파는 매장의 혁신이라는 꿈을 가지고 (변수가 포함된 큰 문제), 이를 Value Chain에 맞게 쪼갰다. 그리고 Impact*Feasibility를 확인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다른 일이 일어났다!! 두 수치 모두 높은 황금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당시 책 인터넷 판매가 그랬다. 책과 언론은 무형 제품이라는 본래 특성 때문에 가장 먼저 인터넷 대중들이 관심을 가지던 제품이었다. 그리고, 기술이 처음 열린 시기라, 빠른 러닝커브가 해자였다. IBM 전문가라고 해서, MS/애플 전문가라고 해서, 인터넷 책 파는 웹사이트를 더 잘만드는게 아니었고, 베조스가 빨리 배우고 실행만 잘하면 더 잘만들 수 있었다. 정답도 없고, 기존의 해자가 초기화된 시장이니까!
11.저커버그가 모바일 파도를 안탔다면, 하버드 대학교 커뮤니티라는 작은 문제에서, 지금까지 지속가능한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까? 김동호 대표가 모바일 파도를 안탔다면, 은행과 싸워서 자영업자 대출 혁신이라는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까? 이승건 대표가 모바일 파도를 안탔다면, 은행과 싸워서 더 편리한 고객을 위한 은행이라는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까? 구글도,페이팔도, 틱톡도, 인스타그램도, 카카오도, 배달의민족도, 쿠팡도 모두.
12.인류의 발명품과 미래라는 인프라는 늘 그랬듯 장기적으로 시대를 바꾼다. 해자를 뒤엎고, 세상이 살아가고 동작하는 방식을 많이 바꾼다. 그 인프라를 활용해 내가 해결하고 싶은 큰 문제를 장기적으로 정의한다. (우리가 해결하고 싶은 큰 문제는 상수인 경우가 많은데, 변수로서 해결하는 상수이면 좋다는 이야기) 그리고 Top-Down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문제들을 정의한다. 미래 인프라 위에서 하는 거라 경쟁자들 많이 없어졌을 거고, 경쟁자가 있다 해도 그들이 가진 해자가 무용지물되고 빠른 러닝커브와 실행력만이 해자가 됐을거다.
13.다시, 내가 (그리고 우리가) 유리해진 게임이다. 여기서 장기적 관점을 놓지 않고, Impact * Feasibility가 높은 황금 문제를 찾아 해결한다. 몇개가 나오면, 빠르게 배포해서 실험해라. 새로운 영역에서의 게임이라 너가 모르면 다른 사람들도 다 모른다. 전문 지식 해자라는게 없어졌다. 그렇게 우리만의 데이터를 모아가며, 우리만 아는 경쟁력을 쌓아가며, 고객과 미래 인프라를 더 잘 이해해가면서 큰 문제를 해결할 방향성을 찾는다.
이 게임에서 처음에 성공하기 위해서 2가지를 유념해야 한다. 이를 잊지 말자.
1)극단적으로 니치하게 가야한다.
MAU보다 Engagement가 전부다. 복잡한거 다 거둬내고 태초부터 있어왔던 성장의 본질이자 상수는 입소문이다.
입소문이 이뤄나려면 단골만을 위한 니치한 식당 -> 단골들의 감동 -> 단골들의 입소문 -> 단골들이 대부분 얼리어답터(미래 인프라 사용한 우리꺼 알아봐준 애들이니까) -> 얘네들의 입소문이 주류가 되는 순간이 오면서 -> 미래 인프라라는 순풍 등에 업고 Growth 실험하며 Mass Adaption)
2)스톡데일 패러독스
꼭 두 발은 현실에 붙이고 장기적 관점을 잃지 말아라, 넷플릭스가 90년대에 원래 꿈꾸던 OTT 했으면 됐을까? 안 됐을거다. 그들은 미래라는 선은 잃지 않되, 지금 이 순간 그 미래라는 선을 만들기 위해 가장 Impact * Feasibility 측면에서 좋은 문제 (DVD 대여)부터 해결했고, 장기적 관점을 놓지 않았기에 OTT 서비스로 확장까지 이루어냈다.)